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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 - 이아손 이야기(2)

이아손은 콜키스의 황금 양털을 가져오기 위해 여러 영웅들을 모으고 힘을 합하여 불가능에 가까운 모험을 헤쳐나간다. 가까스로 콜키스에 도착한 이후에는 공주 메데이아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데, 계속되는 아르고호 원정대의 모험과 펠리아스의 죽음, 메데이아의 복수 이야기를 알아보자.

아르고호

 

1. 아르고호 원정대

1-1. 모험의 시작

이아손은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각지의 영웅들을 모아 황금 양털을 찾으러 떠날 준비를 한다. 먼저 배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아르고스에게 부탁해 크고 튼튼한 함선을 만들었는데, 장인 아르고스의 이름을 따 '아르고호'라고 불렀다. 아르고스는 황금빛 양을 타고 콜키스로 갔던 프릭소스의 아들로,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가는 여정에 황금 양을 탔던 이의 아들이 만든 배를 타고 가게 된 것이다. 아르고호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도움으로 예언하는 뱃머리를 선물 받아 완성되었고 헤라의 보호로 선원들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게 된다. 아르고호에 오른 영웅들은 헤라클레스, 제우스의 아들인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 쌍둥이,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인 펠레우스, 아이아스의 아버지인 텔레몬, 아폴론의 아들이자 음유시인인 오르페우스, 북풍의 신의 아들인 제테스와 칼라이스, 투시능력을 가진 린케우스, 아르고호를 만든 장인 아르고스 등 50명에 달했다. 심지어 펠리아스의 아들 아카스토스 역시 이 모험에 함께한다. 이들을 '아르고호 원정대', '아르고나우타이', 또는 '아르고노트'라고 부른다. 이들은 제우스의 핏줄이자 영웅인 헤라클레스가 자신들의 지도자가 되어 주기를 바랐지만 헤라클레스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이아손을 추천하며, "내 힘으로 펠리아스를 쳐 죽이고 이아손이 왕이 되게 하는 것은 쉽지만, 우리는 왕이 누가 되느냐가 아니라 모험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모인 것이니 모험을 이끄는 능력이 있는 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옳다."라는 말을 남긴다.

1-2. 렘노스 섬의 유혹

콜키스까지 가는 뱃길은 에게해, 마르마라해를 지나 흑해까지 이어진다. 이들이 처음 들른 곳은 렘노스 섬이었는데, 이곳은 아프로디테의 미움을 받아 몸에서 악취가 나는 여인들만 살고 있었다. 여왕 힙시필레는 렘노스의 인구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고호의 영웅들을 궁전으로 초대해 여인들과 동침하게 한다. 이후 렘노스 여인들에게서 나던 냄새는 사라지고 영웅들은 모험을 나선 목적을 잊고 즐기기에 바빴다. 참다못한 헤라클레스는 이들을 꾸짖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아르고호 원정대는 다시 길을 떠난다.

1-3. 아뮈코스왕과 시합

베브뤼케스에는 포악한 아뮈코스왕이 있었는데 그는 포세이돈의 아들로 식수를 얻기 위해 오는 이방인들에게 싸움을 걸어 때려죽이곤 했다. 아뮈코스왕은 아르고호 원정대에게도 길을 가로막으며 권투시합을 강요하였고 폴리데우케스가 대표로 나서서 아뮈코스왕의 두개골을 박살 내 버린다.

1-4. 예언가 피네우스

트라키아를 지나던 원정대는 예언가 피네우스를 만난다. 피네우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 눈이 멀고 식사 때마다 날개달린 괴물 하르피아에게 음식을 빼앗기고 공격을 받았다. 그는 북풍의 신 보레아스의 쌍둥이 아들들이 자신을 이 저주에서 구해줄 것이라는 미래를 알고 있었고 아르고호 원정대를 환대한다. 피네우스의 생각대로 식사시간이 되자 날아온 하르피아들을 제테스와 칼라이스가 모두 쫓아낸다. 피네우스는 이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예언해주었고 그의 도움으로 아르고호는 괴물 바위를 통과하는 등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게 된다.

1-5. 콜키스의 아이에테스왕과 메데이아

아르고호 원정대는 가까스로 콜키스에 도착한다. 콜키스는 헬리오스의 아들인 아이에테스왕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는 황금 양털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아이에테스왕은 조건을 걸고 이를 성공해야만 황금 양털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가 내건 조건은 불을 뿜고 청동 발굽을 가진 황소에 쟁기를 묶어 밭을 간 다음 카드모스가 죽인 용의 이를 뿌려 여기서 자라난 무장한 전사들과 싸워 이기는 것이었다.

한편 돌아가던 상황을 지켜보던 헤라는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해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열렬히 사랑하게 만든다. 메데이아는 아이에테스왕의 딸로 마술과 마법, 주술의 여신인 헤카테의 제자였다. 이아손을 보고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는 그가 황금 양털을 얻기 위한 과정에 도움을 준다. 그녀는 불덩이 속에서도 상처 입지 않을 물약을 그에게 주었고, 용의 이빨에서 자라난 전사들과 싸울 때  그들 사이에 돌을 던져서 서로 싸우게 만들어 죽이게 하라는 조언도 해준다. 메데이아의 도움 덕에 이아손은 아이에테스왕이 내건 과업을 성공적으로 해냈지만 왕은 여전히 황금 양털을 내주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죽이려 한다. 메데이아는 어두운 밤을 틈타 황금 양털을 훔쳐 달아나라고 조언하는데, 뛰어난 음악가인 오르페우스의 리라 연주로 백개의 눈을 가진 용을 잠재워 황금 양털을 훔치는 데에 성공한다. 이들은 빠르게 아르고호에 오르는데, 이때 메데이아와 그녀의 배다른 동생 압시르토스가 함께 배에 타게 된다. 아이에테스왕은 순식간에 그들을 추격해 오기 시작했고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 메데이아는 압시르토스를 죽이고 바다에 내던진다. 아이에테스왕이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틈을 타 추격을 피한 아르고호 원정대는 이올코스로 돌아오고,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결혼식을 올린다.

아르고호-원정대의-여정

2. 펠리아스의 죽음

황금양털을 가지고 이올코스로 돌아온 이아손은 펠리아스왕에게 황금 양털을 넘겨주었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화가 난 메데이아는 잔인한 방법으로 남편의 복수를 계획한다. 펠리아스의 딸들에게 노인을 다시 젊어지게 만들 수 있다고 꼬드기며 늙은 숫양을 약초와 함께 솥에 넣고 끓인 후 솥뚜껑을 열었을 때 어린 양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리석게도 메데이아를 믿은 펠리아스의 딸들은 아버지를 젊어지게 해 주겠다며 솥에 넣었고 펠리아스는 죽고 만다. 하지만 메데이아가 펠리아스왕을 죽음으로 이끈 사실을 안 백성들은 이아손을 원망했고 결국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이올코스에서 추방된다.

 

3. 메데이아의 복수

코린토스의 크레온왕의 환대 속에 새로운 땅에 정착한 이들은 두 아들을 낳고 살아가지만 점차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서 마음이 떠난다. 아들이 없었던 크레온왕은 이아손을 사위삼아 왕위를 물려주고 싶어 하였고 크레온 사람들은 마녀인 메데이아를 꺼려하였다. 결국 이아손은 크레온왕과 손을 잡고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하기 위해 메데이아를 버릴 결심을 하였고, 크레온왕은 메데이아와 두 아들에게 추방령을 내린다. 이아손에 대한 사랑 때문에 끔찍한 만행을 일삼았던 메데이아는 복수로 이글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아이들을 시켜 글라우케에게 결혼 축하 선물이라며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보낸다. 그러나 글라우케가 웨딩드레스를 입는 순간 온몸에 불이 붙어 타 죽게 되고 그녀를 구하려던 크레온왕도 목숨을 잃는다. 게다가 살인에 가담한 아이들이 이곳에서 살아갈 수 없으리라 판단한 메데이아는 자신이 낳은 이아손의 아들들, 메르메로스와 페레스까지 죽이고 떠난다. 훗날 이아손은 넋을 놓고 아르고호의 아래에 기대앉아 있다가 머리 위로 뱃머리가 떨어지며 죽는다.

메데이아와-이아손---카를-반-로오
메데이아와-이아손---카를-반-로오

 

 

지금까지 이아손의 다사다난했던 모험과 비극적인 뒷이야기를 알아보았다. 여러 영웅들을 이끌며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의 지도자였던 이아손은 메데이아의 잔인한 악행을 묵인하며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다가 버린다. 영웅이라기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 이아손의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해 알아보자.